낯선 땅, 마주한 자연, 그 사이
In a Foreign Land, Encountering Nature, in Between


김가은



김서영은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생활하면서 그곳의 자연을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회화로 표현해왔다. 그의 작품에서 자연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대상이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나 주변인들의 경험과 감정을 투영시키는 존재가 된다. 처음에는 타지의 낯설고 두려운 대자연과 마주하며 고독을 경험하지만, 작업을 통해 자연과 서서히 친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그의 작업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 나무들은 그룹을 지어있기도 하고, 숲의 일부로 표현되기도 한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나무를 자연 속에 자신의 뿌리를 굳건하게 내린 상징적인 존재로 본다면, 이는 타지에서 적응해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나가는 존재로, 즉 작가가 처한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는 관점에서 작품을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무 네 그루가 나란히 서 있는 <가족>은 마치 외딴 섬에 동떨어져 있는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크기의 희미한 선으로 그려진 나무에서 쓸쓸함이 직접적으로 전달되지만, 그와 동시에 이 나무들을 엮어주고 있는 밝은 푸른빛이 작가 특유의 희망적인 정취를 담아낸다. <Diaspora>는 두 나무의 가지들이 마치 악수를 하듯 교류하고 있다. 화면 속의 나뭇가지들은 서로 닿을 듯 말 듯 얽히고설켜있다. 각 요소들은 직간접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으며, 나뭇가지의 사이 공간에는 묘한 긴장함이 공존한다. 이 작품에서는 인간, 자연,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관계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요한 시선>은 마치 실내에서 창밖의 풍경을 응시하는 듯한 구도로 표현되었다. 화면 상단의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푸른빛은 눈 덮인 먼 산을 거쳐 진한 녹색의 숲으로 이어지고, 하단은 강렬하고 화려한 형광 핑크로 채워지면서 에너지가 응집된다. 김서영의 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러한 과감한 색 배열은 차분하면서도 동시에 역동적인 시선의 다층성을 표현해주는 역할을 한다. 타지에서 경험한 감정의 상태, 즉 고독함과 친밀감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감정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전시 제목의 ‘사이’라는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그의 작품은 각각이 홀로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의 존재가 관계를 맺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인간과 인간 사이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그리고 자연과 자연과의 관계 모두를 포괄하는 다층적인 상호작용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물감이 종이 위에서 자연스럽게 번지듯이, 그의 작업은 낯선 곳에서 마주한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유연하게 결합하고 흩여지며 만들어진 하나의 성찰적 시선이 투영된 결과이다.








  • * 2024년 9월 25일 작성.
  • ** 이 글은 2024년 10월 02일부터 10월 15일까지 공간지은에서 개최된 김서영 개인전 《사이》전의 서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