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에서 창작으로, 그리고 또 다시
From Consolation to Creation, and Again





김가은



김여옥은 세라믹으로 고양이를 빚는다. 고양이의 생명력을 강조하기 위해 작가는 매트한 흰색이나 먹색으로 근육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빛의 움직임에 따라 근육의 형태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며 강렬한 배경 색은 그것을 더욱 강조한다. 근심 없이 잠들어 있는 고양이의 모습에서 평온함이 전이되고, 근육과 윤곽이 섬세하게 묘사된 고양이에게서 금방이라도 팔짝 뛸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나비와 놀거나, 등에 양귀비 꽃잎 날개를 달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고양이들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가의 내면세계를 탐구하게 한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고양이들은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각자 자신의 세계에 몰두해 있다. 고양이들은 눈을 감고 있어 관람객은 관찰자가 된다. 우리는 이 고양이를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고양이는 다양한 문화와 시대에 걸쳐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민첩하고 생존력이 강한 동물로 여겨지는 동시에 신비로운 영성을 지닌 존재로 인식된다. 또한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자유롭고 독립적인 이미지가 있다. 무엇보다 고양이는 인류에게 오랜 사랑을 받으면서 귀여우면서도 매혹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였다. 김여옥에게는 더욱 특별하고 개인적인 의미가 있다. 그에게 고양이는 오래 앓아온 불면증을 극복하고 창작 활동을 하도록 도와준 치유와 영감의 원천이다. 인간의 일상과 고양이의 습성이 맞물리면서 연결고리가 생성되고 새로운 의미들이 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새로움의 가능성을 내포하며 지속적인 창작의 모티프가 된다.

한 존재를 반복적으로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직접 만들어 표현하는 이 일련의 과정은 어쩌면 개인의 정체성과 이 세계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 작가적 태도가 아닐까. 작가 자신의 내면, 창작한다는 행위, 현대인의 소외, 고된 삶의 안식처, ‘생명’ 그 자체 등에 대해 고민하면서 20년 가까이 지속해온 김여옥의 고양이 작업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어 다양한 양상으로 변주되면서 작가의 작업세계를 구축해왔을 것이다. 유혹을 상징하는 ‘양귀비’와 호기심의 대상인 ‘고양이’를 합쳐 만든 <PoppyCat>이라는 동일한 제목을 가진 고양이 작품들에 다양한 해석의 지점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행복은 따뜻한 고양이(Happiness is a Warm Kitty)》라는 전시명을 고려할 때, 작가는 고양이를 통해서 받았던 치유와 위로의 감각을 행복이라는 개념으로 치환하여 관람객에게 전달하려는 것으로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 * 2024년 5월 10일 작성.
  • ** 이 글은 2024년 5월 20일부터 6월 2일까지 공간지은에서 개최된 김여옥 개인전 《행복은 따뜻한 고양이》전의 서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