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재발견
rediscovering discovery







김가은


  남백희는 약 2년에 걸쳐 하나의 대상을 반복적으로 그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퇴직을 하게 된 그는 공백이 되어버린 하루하루를 캔버스에 채웠다. 평생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고 말한다. 작품에서 나타나는 밝고 다채로운 배경색은 흰색과 검정색을 한 강아지 콩떡이의 모습과 경쾌한 대조를 이룬다. 
  같은 대상을 반복적으로 그리면서 그는 끈질기게 기법을 탐구하고 섬세하게 대상의 변화를 기록하며 촘촘하게 시간을 축적시켰다. 앤디 워홀이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서 기계적으로 유사한 작품을 생산함으로써 원본과 복제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줄이면서 현대 소비사회와 대량생산을 나타내었다면, 남백희의 반복적인 작업은 대상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긴 시간을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데 소비하면서 대상에 대한 애착을 담아내고 심적 안정을 얻어가는 과정이다. 2년 동안 같은 대상을 그린 그의 120여점의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큰 질문들이 떠오른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미술작품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미술작품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고급예술이 가진 엘리트주의와 예술을 위한 예술에 대한 신봉은 예술을 일상으로부터 분리시켰다. 이에 대한 반성적인 태도와 이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예술계 안팎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예술과 일상 사이의 틈은 존재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틈에 대한 질문이자 탐구이다. 우연한 계기로 그림을 그리게 되어 예기치 않게 발견된 작가의 재능을 목격함으로써 관람자는 일상 안에서 예술을 창작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의미를 재발견하게 된다.


  • * 2023년 2월 28일 작성.
  • ** 이 글은 2023년 3월 15일부터 3월 28일까지 공간지은에서 개최된 남백희 개인전 《발견, 재발견》전의 서문이다.